책소개
문학과 역사(정치, 경제, 사회)를 같은 바구니에 넣는 교육, 즉 융합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지만, 범위가 넓고 상당한 깊이를 요하는 작업이라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문학은 문학, 사회는 사회에서 독립적인 영역이 아닌 서로 연결되어 있는 작품을 대상으로 상호작용의 영역을 보여주는 작업인데, 쉬울 리가 없는 작업인 것이다. 마침 저자들이 재직하는 대전대학교에서 융합교육을 의욕적으로 실시하면서 학제간 교류 과목을 신청하라는 공모에 응시하였다. 국문학과 송 기한 교수에게 협력을 제안하였고 흔쾌히 동의를 받아 매 학기 〈한국 현대문학과 사회의 변모〉 라는 과목을 두 사람이 협동하여 계속 만나서 토론하고 정리한 결과물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목차
문학, 소설, 사회 그리고 역사
01 이광수의 『무정』과 사회
02 김동인의 『감자』와 사회
03 최서해의 『탈출기』와 사회
04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사회
05 이상의 『날개』와 사회
06 김동리의 『무녀도(巫女圖)』와 사회
07 강경애의 『인간문제』와 사회
08 심훈의 『상록수』와 사회
09 이육사의 『광야』와 사회
10 채만식의 『탁류』와 사회
11 하근찬의 『수난이대』와 사회
12 황순원의 『카인의 후예』와 사회
13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사회
14 최인훈의 『광장』과 사회
15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사회
16 안정효의 『하얀전쟁』과 사회
17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과 사회
저자소개
임상일, 송기한
출판사리뷰
2016년 우연히 방송통신대학 강의에서 권영민 교수의 한국문학 작품 해설을 시청하게 되었다. 권교수님의 강의에서 작가의 삶, 작품 내용과 시대 배경에 대해 과거 몰랐던 사실을 배울 수 있어 큰 재미와 감동을 느꼈다. 그리고는 가만히 회상해 보았다. 지금까지 읽은 소설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소설이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어렸을 때는 위인전을 읽은 것이 고작이고, 중고교 시절에는 무협지나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작품만 읽고 그것도 국어선생님이 강조하는 대목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에 대해 부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대학시절에는 그래도 중고교때보다는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여러 소설을 읽고 접했지만 그 역시 한계가 있었다.
1970년대 후반 산업화의 후유증이 도처에서 나타나는 유신시대를 보낸 저자는 자연히 주로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소설 『관촌수필』(1977), 『꼬방동네사람들』, 『어둠의 자식들』, 『사람의 아들』(1979),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79), 『인간시장』(1981) 등을 읽었고 작가들의 열정과 필력에 감탄을 하였으며, 소설이 묘사하고 있는 현실을 통한 사회문제의 이해가 훨씬 가슴에 와 닿는다는 의미있는 경험을 하였고 문학의 힘에 대해 크게 감동을 받았다. 좀 더 진지하게 문학(소설과 시)의 시대적 배경, 작가의 사상과 문학적 상상력에 대해서 느끼고 공부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도 들었다.
하지만 권교수님의 문학해설에 대해 아쉬운 점이 느껴졌다. 소설에 사회를 같이 공부한다면, 작가가 살던 시대, 소설의 배경이 된 시대는 물론 지금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를 입체적으로 본다면 100년 소설이라고 할지라도 생생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상상해 보았다. 예를 들어 1930년대 화신백화점, 노면전차, 미쓰코시백화점, 경성역 등에 대해 그냥 지나칠 것이 아니라 좀 더 진지하게 화신백화점을 건립한 박흥식의 성공비결(경영전략)과 몰락, 노면전차 개설을 둘러싼 미일간의 대립, 남대문역으로 시작했지만 국제선 철도의 중추역할을 한 경성역 등의 역사와 현재를 같이 공부한다면, 그 시대는 물론 오늘날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날개』에 등장하는 미쓰코시백화점은 당시 최고의 상업시설이었으며 해방후 미군 PX(POST EXCHANGE)로 쓰이다가, 동화백화점을 거쳐 1963년 삼성 창업주 이병철에게로 소유권이 옮겨갔고(이 때 이름을 공모하여 신세계가 되었음) 5녀인 이명희 (1943~)에게 경영권이 이전되면서 신세계 그룹이 태생하는 뿌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같이 알게 된다면, 소설 『날개』 속에 박제된 장소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발딛고 있는 장소이고 매일 쇼핑을 하는 회사의 뿌리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군 PX시절 박완서 작가와 박수근 화백과의 만남이 소설 『나목(裸木)』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영화 암살에서 안옥윤(전지현분)의 결혼식장으로 설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한 순간의 우연인 듯 보이고 보잘 것 없는 듯한 만남도 큰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해방후 적산(敵産) 또는 귀속재산(歸屬財産, enemy property)이라고 불렸던 일제 강점기의 물적자원에 대한 분배가 오늘 한국 경제와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문학과 역사(정치, 경제, 사회)를 같은 바구니에 넣는 교육, 즉 융합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지만, 범위가 넓고 상당한 깊이를 요하는 작업이라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문학은 문학, 사회는 사회에서 독립적인 영역이 아닌 서로 연결되어 있는 작품을 대상으로 상호작용의 영역을 보여주는 작업인데, 쉬울 리가 없는 작업인 것이다. 마침 저자들이 재직하는 대전대학교에서 융합교육을 의욕적으로 실시하면서 학제간 교류 과목을 신청하라는 공모에 응시하였다. 국문학과 송 기한 교수에게 협력을 제안하였고 흔쾌히 동의를 받아 매 학기 〈한국 현대문학과 사회의 변모〉 라는 과목을 두 사람이 협동하여 계속 만나서 토론하고 정리한 결과물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2인 3각의 협동정신을 초지일관 유지하면서 벌써 6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 책에서 대상으로 삼은 소설과 시는 그 시대를 가장 잘 대표하는 작품이다. 1917년 무정에서 시작하여 감자, 탈출기,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날개, 상록수, 인간문제, 광야, 수난이대, 탁류, 태백산맥, 카인의 후예, 광장, 하얀전쟁,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마지막으로 오래된 정원까지 약 100년의 긴 시간을 다루면서 17개 작품을 선정하였다. 계몽주의, 가난, 서울의 변모, 지식인들의 좌절, 노동자농민의 저항, 일본제국주의의 침략과 민족의 저항, 자본주의화 되는 세태 속에서 투기와 탐욕, 북한의 토지개혁과 남한의 농지개혁, 분단과 전쟁, 한국전쟁과 포로, 베트남전쟁, 산업화와 도시빈민, 민주화 투쟁 등을 다루고 있다. 역사가가 할 일을 저자들이 주제 넘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다. 그래서 어떤 역사관을 갖고 쓰지 않고 여러 입장과 주장을 같이 실어 균형을 맞추었다. 예를 들어 일제강점기의 성격을 규정함에 있어 식민지착취론과 식민지근대화론을 동시에 소개하고 있다. 전쟁위안부 문제에서도, 산업화의 평가에 대해서도, 균형을 유지하였다.
또한 보다 실감나고 객관적인 학습을 위해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의 자서전, 소설과 영화, 사진, 그림 등 다양한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이광수의 계몽주의를 객관화시키기 위해 당시 일본으로 간 중국 유학생을 소개하였을 뿐 아니라 그의 친일반민족행위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백범일지』에서 표현된 김구의 배신감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서』에 기록된 근거와 결정을 인용하였다. 저자들의 학문적 연구 결과물 이라기 보다는 여러 견해와 증언을 묶어 소개하고 있다. 판단은 독자들의 몫인 것이다.
이렇게 문학과 사회가 만나서 떠나는 역사 기행을 통해 독자들이 문학작품을 좀 덜 지루하고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좀 더 욕심을 내면 역사의 무게까지도 전달이 되어 앞으로 진일보한 사회를 만드는 데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이 책을 통해 세상 일이란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끼리 좌우로 얼키고 세월을 앞뒤로 하여 아래 위로 얼켜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공감하였으면 한다. 이 때 문학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