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재단법인 진실의 힘이 이 책을 출간한 이유
이 책을 출간한 재단법인 진실의 힘은 1970~80년대 권위주의 정부 시절 조작 간첩이 된 이들을 재심 재판을 통해 무죄를 밝히고 국가 책임을 물어왔다.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침묵당한 그들의 기억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는 것은 그동안 진실의 힘이 추구해온 가치이다.
진실의 힘은 이 책 역사에서 기억으로-침묵당한 목소리를 불러내다』를 통해,
권력자 중심의 역사에서 풀뿌리 민중의 기억으로, 힘 있는 가해자의 시선에서 배제된 피해자와의 연대로, 자국 중심의 기록에서 국경을 넘는 보편타당한 초국가적 기억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안한다.
목차
들어가며 : 기억을 학살하라 그들이 비극의 역사를 부정하는 법 임지현
1부 전쟁 속으로
1. 여자의 얼굴을 한 전쟁
일본군 위안부 증언 이후의 풍경들이현미
2. 강제동원: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강정석
3. 금순이의 6.25
기억과 기념으로서의 한국전쟁 이용우
4. 훗카이도 강제노동 희생자의 70년 만의 귀향 류석진
5. 군대와 ‘위안’ 문화의 기억
위안부를 다각화하기 허윤
2부 국가로부터
1. 풀뿌리 항쟁의 이름없는 진짜 주역들 김정한
2. 국풍 81의 기억과 1980년대 문화정치 배주연
3. 5·18 그리고 철의 폭풍, 희생의 연대는 가능한가 이영진
4. 기억의 전쟁터, 국사 교과서와 진도정면
5. 제주 4·3 사건의 위령
트라우마와 포스트 기억의 정치학 김성례
6.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삼청교육대, 사회보호법 그리고 우범인종주의 이상록
3부 다른 나라에서
1. 로이사이다의 주거권 투쟁
주거난 현실이 소환한 저항의 기억 황은주
2. 대만 중정기념당, 불멸의 기억 정헌주
3. 천안문, 중국과 서구의 집단기억 정화 홍지순
4. 전쟁과 여성
이디스 카벨을 기억하다김영주
5. 태국 최초로 왕실을 공개 비판하다.
입헌정치 대중운동 시작한 청년들 서지원
6. 소련의 순교 성인 파블리크 모로조프.
정치종교의 순교 성인과 환속 사이의 기억 갈등 이종훈
4부 기록되고 기록하다
1. 모든 것을 무릅쓴 기억들, 재난 아카이브 박현선
2. 법을 통한 친일 과거청산, 그 가능성과 한계 이철우
3. 식민주의 전승과 소리의 기억 배묘정
4. 역사부정죄
법은 역사부정에 맞서는 무기인가이소영
5. ‘6·25 전쟁’ 또는 ‘한국전쟁’을 둘러싼 역사 교육 논쟁 김상훈
5부 기억과 흔적
1. 민족의 토포필리아 자본의 토포포비아, 효창공원 정일영
2. 이태원×기지촌, 혐오와 망각의 투기촌 김주희
3. 사북항쟁, 가해자라는 기억의 굴레 김정한
4. 고집스러운 독일 한인 광부들의 기억 이유재
5. 더 이상 목선을 만들지 않는 조선소,
기억문화를 대패질하다 우찬제
6. 식민지 건축 유산을 활용한 도시재생사업의 딜레마
항일의 기억과 식민지 미화 투어리즘 사이에서 전재호
7. 21세기 북한, 대립하는 두 개의 기억과 두 개의 공간 차문석
8. 빈곤의 추억과 불평등의 기억 황병주
9. 죽음의 정치적 승화와 김정은 정권의 문화적 기억 김보민
나가며 : 기념에서 기억으로 기억의 법제화를 경계하며 임지현
저자소개
임지현.정면.김정한 외 지음,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CGSI 기획
출판사리뷰
전두환-홀로코스트-일본군 ‘위안부’ 부정론
- ‘기억전쟁’ 속에서, 교차하고 중첩하는 역사
전 세계적 ‘기억전쟁’의 현황은 국경에 갇힌 일국적 관점으로는 역사 연구가 더이상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전두환과 그 지지자들의 학살 책임 부정론은 홀로코스트 부정론, 일본군 ‘위안부’ 부정론과 놀랄 만큼 닮아있다. 각국의 극우주의 세력이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역사적 망언을 일삼고 이에 대항하는 세력은 이들에 대한 법적 처벌을 호소하는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져, 역사 부정론자들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이철우, 이소영, 이하 해당 글의 저자로 표시함).
‘기억전쟁’은 시대를 넘어 국경을 넘어 교차하고 중첩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국가와 지도자를 교조적으로 숭배하는 정치종교의 어린 ‘순교 성인’으로 소련의 파블리크 모로조프(이종훈)와 북한의 한현경(김보민), 남한의 이승복이 조우하고, 나아가 국가의 선전·선동에 묻힌 인물의 초상(김영주)을 살펴본다. 또 5ㆍ18민주화운동에서 잊힌 이들(김정한)과 제주4ㆍ3 희생자(김성례), 혼돈의 국제 정세 속 오키나와인들(이영진), 홋카이도 강제노동 희생자(류석진)가 겹쳐 읽힌다.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든 수차례의 사회적 재난(박현선)은 기록을 기초로 한 기억 연구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기록과 기억의 긴밀한 관계는 국사 교과서 논쟁(정면)과 역사 교육 논쟁(김상훈)을 독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특정한 장소와 선주민의 역사가 지워지고 자본과 욕망만이 남은 현실은 효창공원(정일영)과 이태원(김주희), 뉴욕 로이사이다(황은주)에서 목격할 수 있다. 이 책은 이처럼 역사의 수많은 교차점을 발굴하고 기억의 다층적 연구를 수행한다.
새로운 기억 연구, 풀뿌리 기억의 연대를 위해
이 책은 전공과 세대를 넘나들며 이뤄낸 연구 성과다. 역사학(한국사, 서양사, 동양사)과 역사 교육학은 물론이고 문학, 법학 등 학문 분과와 경계를 넘은 여러 세대, 31명 학자들이 참여했다.
또 새로운 기억 연구자를 ‘기억 활동가’로 명명하고 이들이 기억 연대 활동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기록해야 함을 제안한다. 홋카이도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 발굴, 송환을 둘러싼 한일 시민 간의 연대(류석진), 파독 광부의 생애사와 한인 네크워크 구축의 기록(이유재), 기억 문화를 새롭게 일구고 있는 칠성조선소 이야기(우찬제) 등이 그 예시다. 지금까지 이런 서사는 역사학에서 진지하게 취급되지 못하고 곁가지 에피소드로 다루어지는 데 그쳤다. 또 교가와 유행가, 도시 재생 등 이미 지나갔거나 청산된 것으로 여겨진 식민 통치와 전쟁이 남긴 문화적 유산(이용우, 배묘정, 허윤, 전재호), 빈곤(황병주) 문제에 현재성을 부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기억전쟁’에서 잊히고 배제된 이들,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이들, 이름 없는 이들을 복원해낸다. 이들을 기억공간에 되살리는 것은 국가나 법원, 정치 지도자 등 권력을 점한 사람과 기관의 공인과 공식기억이 아니라 풀뿌리 민중과 약자, 소수자의 기억 연대다. 국가폭력을 입증하기 위해 국가가 만든 공식기억에 편입되어야 하는 모순과 역사부정의 이중고 속에 있던 이름 없는 피해자들인 일본군 ‘위안부’(이헌미), 강제노동 희생자(류석진), 5ㆍ18(김정한, 이영진), 4ㆍ3 희생자(김성례), 사북항쟁 참여자(김정한) 등을 역사의 장으로 소환한 이들은 피해자들과 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한 시민들이다.
이 책을 출간한 재단법인 진실의 힘은 1970~80년대 권위주의 정부 시절 조작 간첩이 된 이들을 재심 재판을 통해 무죄를 밝히고 국가 책임을 물어왔다.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침묵당한 그들의 기억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는 것은 그동안 진실의 힘이 추구해온 가치이다.
진실의 힘은 이 책 역사에서 기억으로-침묵당한 목소리를 불러내다』를 통해, 권력자 중심의 역사에서 풀뿌리 민중의 기억으로, 힘 있는 가해자의 시선에서 배제된 피해자와의 연대로, 자국 중심의 기록에서 국경을 넘는 보편타당한 초국가적 기억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안한다.
**
재단법인 진실의 힘은 1970~80년대 고문으로 조작 간첩이 된 피해자들과 진실 규명에 함께해온 인권활동가, 변호사, 의사들이 힘을 모아 만들었다.
인간의 삶은 폭력보다 강하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있던 2014년 4월 16일을 101분의 기록으로 복원해, ‘구할 수 있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 〈세월호, 그날의 기록〉을 시작으로, 〈안데스를 걷다〉, 〈옥중 19년〉을 〈세월호, 우리가 묻지 못한 것-재난 조사 실패의 기록〉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