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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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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상품명 방의 역사
정가 ₩40,000
판매가 ₩3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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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글항아리
ISBN 9788967350536
출간일 201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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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모든 길은 결국 방으로 이어진다.
한 편의 대하소설 같은 ‘은밀함의 역사’


2009년 프랑스 페미나상을 수상한 『방의 역사』(원제: Histoire de chambres, 2009, Points) 의 번역본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간의 거처로서 방(침실)이 변모해온 역사와 다채로운 이야기와 이미지를 아우른 최초의 역사서다. 방이 주인공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식이나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역사 무대 한가운데에 등장한 것은 미셸 페로의 『방의 역사』가 처음이다.

중세의 성에서 르네상스기의 궁전까지 귀족이나 왕이 건축한 거대한 공간에서도 독자적인 공간은 허용되지 않았다. 다른 방을 통과하지 않고 각자의 방으로 갈 수 있는 공간, 이른바 복도가 탄생한 것은 17세기 영국의 대저택에서다. 로런스 스톤은 바로 이 점에서 개인주의가 기원을 영국 엘리트층에서 찾았다. 방의 여러 모습을 통해 공과 사, 가정과 정치, 남자와 여자, 어른과 어린이 사이의 관계를 읽어내고 죽음과 출생, 사랑, 노동, 여행, 벌의 의미를 재해석한다.

이 책에서 제시한 방은 서구 문화의 산실에 국한되어 있지만, 독자는 왕의 침실에서 스쳐 지나가는 방까지 온갖 종류의 방의 모습을 통해 내밀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여러 유형을 일별할 수 있다. 잠, 휴식, 출생, 욕망, 사랑, 사색, 독서, 글쓰기, 자아 추구, 신, 은둔, 병 등 인생의 모든 길이 결국은 방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인생의 여러 실마리를 발췌하고 추적함으로써 페로는 탁월한 솜씨로 무의식적인 기억 속에 갇힌 집단적 변화와 그 뒤엉킴을 밝혀내고, 오늘날 우리의 관행과 습관을 이루고 있는 것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목차

1장 방들의 실내악

2장 왕의 침실

왕의 난간 │ 왕의 침전시종들 │ 모든 것이 한눈에 보이는 방 │ ‘사소한 편애’ │ 왕의 사생활 │ 왕의 병과 죽음

3장 잠자는 방
공동의 방 │ 공동 주거지 │ 부부 침실 │ “모든 증인에게 닫혀 있는” │ 부부 침실의 황금기 │ 색깔과 장식 │ 침대 예찬 │ 침대 한가운데

4장 사적인 방
비밀을 품을 권리 │ 혼자 잠자기 │ 잠자기 │ 사랑하기 │ 기도하기 │ 읽기 │ 쓰기 │ 문인들의 침실 │ 탐미주의자들과 수집가들 │ 침실, 세상의 눈초리 │ 오블로모프 혹은 잠자는 인간

5장 어린이의 방
요람과 침대 │ 프랑스 어린이들의 방 │ 계보들 │ 정성이 깃든 방 │ 벽지, 벽의 언어 │ 소녀의 방 │ 루치아의 방 │ 소년의 방 │ 어린이 특유의 경험

6장 여인들의 방
만들어진 침실의 여성성 │ 할당된 방들 │ 수녀원과 독방 │ 방에서의 일상 │ 푸른 침대와 재녀들의 침대 옆 실터 │ 하녀와 가정부들의 방 │ 재택 여성 노동자들 │ 매춘을 위한 밀폐된 방 │ 궁정 여인과 정부들 │ 자기만의 방 갖기 │ 시몬드 보부아르의 방들 │ 침실에서 나가기

7장 호텔 방
아서 영의 “비참한 소굴” │ 스탕달: 밖이 내다보이는 방 │ “위생적인 방” │ 호화 호텔들 │ 사랑, 죽음 │ 독특한 경험들 │ 여성들의 경험 │ 프로이트의 방 │ 호텔 방에 관한 소설 │ 호텔의 카프카

8장 노동자의 방
무질서한 생활 │ 노동자들의 실상 │ 공동 침실 │ 가구가 갖춰진 호텔들, 가구 딸린 방들 │ 내 세간을 갖춘 집에 살고 싶다 │ 노동자들의 집 안 │ 노동자의 생활 방식 │ 노동자의 숙소 제공 │ 일시적인 주거 형태

9장 임종과 병자의 방
조르주 상드의 죽음 │ 임종 │ 병상 │ 병실 또는 환자가 간호를 받는 방 │ 간호인 │ 병원의 독실들 │ 전지 요양소에서 │ 창조와 관련된 병: 조에 부스케의 방 │ 예고된 죽음의 일지: 앨리스 제임스의 일기 │ 죽음의 방

10장 닫힌 방
사랑의 닫힌 방 │ 갇힌 여인 │ 감금 상태 │ 격리 치료 │ 은둔생활을 하는 여성들 │ 테레즈 다빌라 또는 영혼의 성 │ 영혼의 중심 │ “네 방으로 가!”: 벌 받은 아이들 │ 감옥의 독방들 │ 감방의 경험들 │ 숨기기와 숨기

11장 사라진 방들
아주 작은 자취들 │ 오늘: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방들”

에필로그

참고문헌
옮긴이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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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미셸페로 저자,이영림,이은주 번역

출판사리뷰

『사생활의 역사』 미셸 페로의 기념비적 역작
2009년 프랑스 ‘페미나상’ 수상작


나이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침실에 파고드는 사생활의 역사,
“도시에서 방”을 얻으려고 아등바등대는 노동자들과 숙소의 사회사,
“자신만의 방”을 추구하는 여성들의 역사,
독방이 양쪽으로 늘어선 감옥의 역사,
물체와 이미지 수집과 장식의 변화를 통해
그 속에 공존하는 시간의 변화를 해독하는 미각과 색깔의 미학사.
칸트의 표현에 따르면 흘러가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사물들이다. 방은 공간과 시간의 관계를 구체화한다.
_ 10쪽, ‘방들의 실내악’

조르주 뒤비와 함께 『사생활의 역사』(1985~1987) 총서 작업을 주도한 프랑스 역사학자 미셸 페로의 기념비적 역작이자 2009년 프랑스 페미나상을 수상한 『방의 역사』(원제: Histoire de chambres, 2009, Points)가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간의 거처로서 방(침실)이 변모해온 역사와 다채로운 이야기와 이미지를 아우른 최초의 역사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방대한 사료가 동원된 이번 책의 번역에는 프랑스사 전공자 이영림 수원대 교수가 전반부를 맡았고, 문학작품의 인용이 빈번한 후반부는 프랑스문학을 전공한 이은주 수원대 교수가 맡았다.

방의 역사는 새로운 주제가 아니다. 방은 이미 다양한 역사에서 무수히 다루어졌다. 그러나 방이 주인공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식이나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역사 무대 한가운데에 등장한 것은 미셸 페로의 『방의 역사』가 처음이다.
방은 삶의 공간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방은 인간 존재의 무대다. 그중에서도 이 책이 궁극적으로 겨냥한 방은 사적인 공간으로서의 방이다. 개인의 방이나 부부 침실은 단순히 여러 개의 방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인간 삶의 가장 기본적이고 독자적인 단위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그곳에서 우리는 잠을 자고 사랑을 하고 자신과 맞닥뜨리며 삶을 재구성한다. 그런 점에서 방의 첫 번째 원칙은 격리다. 격리의 원칙이 보편적으로 정착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가난한 농민들은 20세기까지도 하나의 공간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바로 그곳에서 함께 잠을 잤다. 도시 노동 계층 역시 하나의 공간을 일과 거주의 다용도 공간으로 활용했다.
중세의 성에서 르네상스기의 궁전까지 귀족이나 왕이 건축한 거대한 공간에서도 독자적인 공간은 허용되지 않았다. 다른 방을 통과하지 않고 각자의 방으로 갈 수 있는 공간, 이른바 복도가 탄생한 것은 17세기 영국의 대저택에서다. 로런스 스톤은 바로 이 점에서 개인주의가 기원을 영국 엘리트층에서 찾았다.
복도의 탄생이 내밀성의 욕구라는 새로운 감수성의 출현으로 해석되고 이러한 감수성이 사회적 사다리를 타고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3세기 뒤 런던의 넓은 저택에 거주하던 버지니아 울프가 자신의 방을 가질 권리를 외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 미셸 페로는 방의 역사를 로런스처럼 직선적으로 그리고 계층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녀가 방들의 역사를 내밀성의 역사와 연결시킨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책에서는 사생활의 역사가 공간적으로 재현되어 있다.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던 방에서 자기만의 방을 소유하게 되는 과정 중 나타나는 삶의 방식의 변화가 시간과 공간의 변화라는 장기적이고 거대한 흐름 속에서 펼쳐진다. 방대하고도 미세한 이 연구에는 50년에 걸친 저자의 연구 이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파리 7대학 명예교수인 페로는 우리나라에서 여성사 연구자들의 대모 격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실제로 그녀는 오늘날에도 여성사에 관한 활발한 학문 활동을 펼치고 있을 뿐 아니라 여성운동의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그녀를 여성사 연구자로 단정 짓는 것은 그녀의 학문세계를 지나치게 좁은 틀에 가두는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그녀는 1971년 계량화 작업을 토대로 파업과 경제 주기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국가박사학위 논문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통해 사회사가로 우뚝 섰다. 조르주 뒤비와 함께 『사생활의 역사』(1985~1987) 총서 작업을 주도하면서 그녀의 학문세계는 넓고 깊어졌으며 섬세해졌다. 이후 그녀는 여성사 연구에 천착하며 『서구의 여성사』(1991~1992), 『공적 여성들』(1997), 『여성들 혹은 역사의 침묵』(1998)을 발표했고 특히 조르주 상드에 관심을 보였다. 2001년에는 『역사의 그늘』을 통해 감옥의 역사를 선보였다. 이렇듯 계급 문제에서 성의 문제로, 그리고 감옥 문제로 옮겨가며 그녀가 추적한 것은 오랫동안 어둠 속에 파묻혀온 존재들의 역사다. 노동사, 사생활의 역사, 여성사, 감옥의 역사를 관통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그녀는 좁은 공간인 방을 창으로 삼아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재현하고자 했다.

방은 공간과 시간의 관계를 구체화한다. 방의 공간적 배치는 사회적 지위, 세대, 남녀에 따라 다르며 시대에 따라 바뀐다. “방들의 질서는 세상의 질서를 재현한다.” 한마디로 페로는 이 책에서 방이라는 소우주를 통해 대우주를 조망한다.
방의 여러 모습을 통해 공과 사, 가정과 정치, 남자와 여자, 어른과 어린이 사이의 관계를 읽어내고 죽음과 출생, 사랑, 노동, 여행, 벌의 의미를 재해석한다. 문제는 작고 밀폐된 그러한 공간들이 거의 문서화된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방의 역사에 관한 자료들은 매우 드물고 분산되어 있으며 미세하다. 통상적으로 행정 기구와 경찰은 이 사생활의 성역에 침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예외가 있다. 첫 번째 예외는 사후 유산 목록들이다. 또 다른 예외는 범죄 조사 보고서들이다. 방은 종종 범죄의 공간이 되었으며 그럴 경우 범죄 조사관들의 관심과 추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저자가 의존한 증거물들은 그 밖에도 많다. 무엇보다 먼저 건축가들의 평면도는 방에 관해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장식미술 개론서, 실내장식에 관한 잡지, 예의범절과 위생학 입문서, 주거지에 관한 의학적·사회적 설문지 등에서도 방의 흔적들이 발견된다. 성모 마리아의 침실을 묘사한 그림이나 사진과 같은 도상 자료들 역시 저자에게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준 중요한 자료들이다.

그러나 저자가 방의 형태와 용도에 관한 무궁무진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발견한 것은 구체적인 경험이 강하게 배어 있는 개인의 편지와 일기, 문학작품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된 자료는 문학작품이다. 그녀는 문학적 증언에 대한 사회사가와 구조사가들의 불신 및 편견에서 벗어나 허구인 소설을 역사적 주인공들과 그 시대의 삶을 전달하는 최우선적인 증언으로 삼았다. 발자크, 플로베르, 졸라, 모파상처럼 주인공들의 성격과 품행, 운명뿐 아니라 그들이 등장하는 침실을 그림처럼 생생하고 섬세하게 묘사한 19세기 소설가들의 작품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그들의 작품에서 얼굴 생김에 대한 묘사가 그 사람의 기질을 말해주듯이, 침실에 관한 구체적인 묘사들은 방 주인의 사회적 지위, 성격, 불행, 야망과 일치한다. 따라서 침실에 대한 그들의 사실적 묘사와 은유적, 이데올로기적, 사회적, 심리적 해석은 사교계와 가정을 무대로 한 사적 영역의 역사에서 의미심장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그런 책들은 침실에서 읽히며 방의 의미를 넓혀놓았다. 페로 역시 그러한 방에서 방의 이야기를 읽으며 성장하고 생활했다. 여기서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자료는 페로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우리 모두 저마다 침실에 관한 경험과 기억을 갖고 있기에 그녀의 방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 기억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이제 페로가 차례차례 문을 열어가며 소개하는 방들을 쫓아가보자.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관행과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방들 가운데 제일 먼저 등장한 것은 왕의 침실이다. 그녀는 왕의 침실을 푸코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왕의 침실은 신성하다. 왕권신수설에서 유래한 이러한 원칙은 베르사유의 루이 14세 침실에서 극대화되었다. 교회에서 성가대석이 제단과 신자석을 구분짓듯, 난간은 성역의 경계를 분명히 한다. 국왕 권력의 가시화를 위해 왕의 침실은 태양의 상징체계로 장식되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부터 왕의 일거수일투족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되었다. 궁정 신하들에게 왕의 침실 출입이 허용된 것은 이러한 투명성의 원칙에 따라서다. 왕은 그곳에서 일어나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정작 잠을 자지는 않았다. 왕의 침실은 결코 잠을 자기 위한 비밀스런 공간이 아니었으며 내밀한 역할을 하지도 못했다.
왕의 침실을 지배한 것은 엄격한 궁정 의례다. 침실의 공간과 시간, 왕의 일거수일투족, 시종과 방문자들의 움직임 등 모든 것이 에티켓에 따라 조직화되었다. 왕의 침실에서는 육신의 몸과 신비스런 몸, 비밀스런 것과 보이는 것,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사이의 미묘한 게임의 법칙이 작동했던 것이다. 실제로 왕의 침실은 볼거리가 행해지는 곳이자 무대이고 권력의 핵심이자 도구였다. 궁정 전체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이곳에서 왕은 시선과 말의 이중 방식으로 궁정을 지배했다. 이렇게 해서 왕의 사적인 영역은 공적 영역인 궁정 전체를 삼켜버렸다.
왕의 침실에 이어 저자는 방이 개인용 잠자리로서의 침실로 자리매김되는 점진적인 과정을 관찰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남자들은 카마라camara에서 함께 잠을 잤다. 카마라는 동료들과 공유하는 휴식의 공간을 의미하는 그리스 단어다. 동료를 뜻하는 camarade는 바로 이 단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침실의 가장 오래된 단어인 ‘잠자는 방chambre a coucher’이 사전에 등장한 것은 18세기 중엽이다.
중간계급의 거처에서는 그보다 1세기가 더 지난 19세기 중엽 이후에야 비로소 침대를 갖춘 별도의 침실이 나타났다. 이러한 잠자리의 분리 과정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도덕과 보건위생학의 시각에서 강요된 강력한 규범을 꼽을 수 있다. 그보다 훨씬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근대적 결혼관이다. 결혼이 사랑과 일치하게 되고 동의와 개인의 자유의사, 그리고 더 나은 성생활의 공유에 대한 열망에 의존하게 되면서 두 사람을 위한 침실의 내밀성이 요구되었다. 그때부터 잠자리의 분리는 모든 사회 계층에 확산되고 도덕적 차원에서 합리화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나라마다 달리 나타났는데 부르주아, 특히 사생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영국의 부르주아층에서 가장 빨리 나타났다.

그러나 침실이 사적 영역화의 고지를 확실하게 점유한 그 순간 역설적인 현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공과 사의 구분이 확연해지면서 공간의 배치는 그러한 양분 상태에 의해 지배되었다. 낮과 밤의 구분도 한몫했다. 거처는 낮과 밤, 전면과 뒷면의 두 영역으로 나뉘었다. 가장 크고 가장 화려한 방들은 낮의 공적 생활에 할당되고 부부생활을 위한 밤의 내밀하고 안락한 방은 실내 깊숙한 곳에 자리잡았다. 다층집에서는 대부분 침실이 2층으로 올라가고 경우에 따라서는 북향 혹은 거처 끝의 안뜰을 향한 곳으로 밀려났다. 밤의 영역이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공간인 침실은 거처에서 가장 좋은 위치를 차지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럴수록 침실의 크기도 작아지고 장식도 간결해졌다. 20세기에 들어서도 규모가 축소된 것은 항상 침실이었다. 현대사회에서는 결혼의 위기, 즉 이혼과 더불어 더 자유롭고 덜 ‘순응주의적’이며 더 안락함, 이를테면 편안함에 신경을 쓰는 침실의 또 다른 개념이 제기되었다. 오늘날 별도의 침실 사용하기, 적어도 분리된 침대를 사용하는 관행이 널리 파급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부부 침실은 방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분기점을 이룬다. 침실은 잠을 자기 위한 공간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러한 별도의 공간은 다양한 경험의 영역이자 창조의 공간이었다. 실제로 침실은 부부생활 외에도 고독과 다양한 사색의 관행, 독서와 글쓰기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모두가 함께 생활하던 공동의 방에서 부부의 공간을 거쳐 이 책의 긴 여정이 도달할 지점은 바로 그러한 공간이다. 그것은 혼자만의 방이다. 다시 말해 작고 밀폐되었으며 내밀성을 간직한 사적인 방이다. 로마 시대에는 부부의 공간이 생겨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작은 방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다. 이는 남자들의 독립을 의미한다. 성, 사랑, 병, 생리 현상뿐 아니라 기도하고 명상하고 읽고 쓰고자 하는 영혼의 욕구가 고립과 은둔을 부추겼다. 이미 고대부터 인간의 독립성과 자기 존중의 욕망은 다양한 형태의 사적 공간을 꿈꾸게 했던 것이다.

16세기 이전에 유럽에서 그러한 의미의 방을 지닐 수 있는 사람들은 영주층에 국한되었다. 자기만의 방 갖기는 경제적 여유와 가정생활의 변화, 예절과 사적 영역의 발달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다양하고 꾸준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러한 욕망이 실현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며 여전히 경제적 조건의 문제가 뒤따른다. 버지니아 울프가 간절히 소망했듯이 남성 지배의 유구한 역사 속에 갇혀온 여성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성에 관한 인식 수준을 한 단계 높인 여성 역사가답게 저자는 이 책에서 사적 공간을 차지하려고 애쓰는 여성들을 주목한다. 근대 이후 방이 전문화되면서 남성은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 흡연실, 서재 등 고유의 공간에서 보낸 반면 여성은 부부 침실을 자기만으로 것으로 만들려는 경향을 보였다. 사회의 모든 수준에서 여성들은 일하고 공상하고 글을 쓰고 기도하고 사랑받기 위해 남자들보다 훨씬 더 자신들만을 위한 사적인 공간을 원했다. 침실 창문에 앉아 있는 여자 몽상가들이나 거의 벌거벗은 채로 카나페, 소파, 침대 위에 길게 누워 있는 여자 독서가들에 관한 에로틱한 상상 역시 그런갈망을 부추겼다. 침실은 여성의 공간이었고 여성은 그곳의 지배자였다. 다른 한편 종교, 가족질서, 도덕, 품위, 정숙함 역시 여성을 침실에 붙들어놓는 데 기여했다. 이런 경우 종종 여성들은 원하던 자신만의 공간을 얻기는커녕 감금과 고독의 상태에 처했다.

여성이 내밀성과 내면성의 세계에 참여하게 되는 과정은 각각의 문명마다 장기지속적인 고유의 문화적 특성과 더불어 전개되었다. 페로는 프랑스에서 발달한 살롱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강조한다. 병약한 랑부예 후작부인은 궁정에서 멀리 떨어진 자신의 침실에 친구들을 초대해 새로운 예절의 모델을 선보였다. 이렇듯 귀족 부인들은 자신들의 침실을 살롱으로 활용하고 가정 안에서의 여성의 권력과 지위에 힘입어 외부세계와 사회성을 비판함으로써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새로운 존재 방식은 마침내 궁정을 식민화하고 나아가 예절서를 통해 부르주아층을 거쳐 사회 전체에 파급되고 강요되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사적 영역을 확보하려는 여성들의 여정이 모두 동일한 것은 아니다. 19세기 프랑스 노동자층에서 여성에게 부여된 역할은 모순된 형태를 취한다. 흔히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과는 달리 노동자들은 가정의 안락함과 내밀성에 무관심하지 않았다. 그들은 부르주아적 삶의 방식과 여성이 가정 안에서 가사에 헌신하기를 갈구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노동자층이 부르주아적 방식으로 여성을 가정에 머물게 하는 특권을 누리게 하기 위해서는 영국이나 미국의 노동자층보다 훨씬 더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반면 여성 노동자들은 가사를 위해 방안에 머무르기보다는 스스로를 위해 분리된 방에서의 사생활을 원했다. 그러나 여성 노동자층에게 방은 단순한 사생활의 독점물이 아니다. 그녀들에게 방은 노동력이 쇄신되고 재생산되기 위한 필수적인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여성 노동자건 남성 노동자건 노동자 가정에서 안락함과 깔끔한 방의 존재는 여성의 영향력보다는 가정의 수입 수준에 달려 있었다.
자기만의 방은 단순히 공간의 할당이나 점유를 의미하지도 한곳에서의 정착에 국한되지도 않았다. 여행의 오랜 전통 속에서 호텔 방이 서서히 안락하고 안전한 사적 공간으로 인정받아간 것이다. 여행의 역사가이기도 한 페로는 아서 영이 “형편없는 소굴”이라고 묘사한 18세기 프랑스의 호텔 방부터 19세기 후반 귀족들의 저택을 개조한 호화호텔까지 호텔의 다양한 관행과 실제를 추적한다. 그녀의 탐험은 호텔을 생활양식이나 문학적 소재로 선택한 스탕달, 조르주 상드, 플로라 트리스탕, 앙리 미쇼, 발레리 라르보, 장 폴 사르트르, 장 주네, 마르셀 프루스트의 독특한 경험을 상기시킨다. 그중에서도 호텔 방에서 영감을 얻은 프루스트는 호텔 방의 문인이라 할 만하다. 그는 바로 그 공간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창조적이고 감성적인 작업의 상징 그 자체다.

이렇듯 공동의 방에서 개인의 사적 공간, 그리고 여인들의 방에 이어 호텔 방과 여성 노동자들의 방 깊숙이 독자를 안내한 페로는 환자의 침상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녀는 페미니즘의 선구자인 조르주 상드의 방을 무대로 죽음을 맞이하는 방에서의 마지막 장면을 세밀히 묘사했다. 죽음의 순간 그녀는 마지막 여행을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하고 그녀의 가족은 그런 그녀의 침대 머리맡을 지켰다. 그녀는 자신에게 최후의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온 문인들과 정치가들을 침대 주변에 불러들임으로써 마치 태양왕 루이 14세처럼 자신의 육체적 쇠락과 고통의 순간을 공개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어렴풋한 회상에 지나지 않는다.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관행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임종의 방을 지키는 것은 친지의 기도가 아니라 의사의 치료와 기계장치다. 이렇게 해서 죽어가는 사람은 고통과 불안을 홀로 간직할 권리를 쟁취한 셈이다. 고독의 쓰라린 승리여!
내밀성의 피난처로 구축된 방이 고독의 공간이 되고 자아 발견을 위해 갈구했던 격리된 장소가 감옥이 된 것이다. 계급이나 나이, 성의 구분에 따른 획일적인 방의 역사를 거부하고 내밀성의 역사를 추적함으로써 페로는 도처에서 이러한 방의 양면성을 드러낸다. 한마디로 사적인 방은 두 가지 극단적인 측면을 지닌다.

그것은 때로 주위 시선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욕구의 결과이지만 때로는 여성을 가두는 감옥이자 어린이들이나 죄를 지은 사람에게 일종의 벌을 의미한다. 페로의 『방의 역사』는 한 편의 대하소설 같다. 그녀는 그리스의 카마라부터 점차 불확실해지고 소멸해가는 현대의 방들까지 끊임없이 개조된 공간의 장기지속적 흐름을 유년 시절부터 죽음에 이르는 개인적 삶의 시간, 그리고 노동과 여행, 여가에 맞추어 움직여지는 사회적 시간과 결합시킴으로써 방대한 대서사를 완성한 셈이다. 물론 저자가 첫 부분에서 고백했듯이 이 책에서 제시한 방은 서구 문화의 산실에 국한되어 있지만, 독자는 왕의 침실에서 스쳐 지나가는 방까지 온갖 종류의 방의 모습을 통해 내밀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여러 유형을 일별할 수 있다. 잠, 휴식, 출생, 욕망, 사랑, 사색, 독서, 글쓰기, 자아 추구, 신, 은둔, 병 등 인생의 모든 길이 결국은 방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인생의 여러 실마리를 발췌하고 추적함으로써 페로는 탁월한 솜씨로 무의식적인 기억 속에 갇힌 집단적 변화와 그 뒤엉킴을 밝혀내고, 오늘날 우리의 관행과 습관을 이루고 있는 것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시도는 오늘날 유행하는 집단 기억의 신성화 작업과는 다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사적 공간에 대한 미시적 추적에 그칠 뿐 집단 기억의 진술을 풍성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도 못한다는 역사가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사회경제적 구조의 변화와 영향관계가 포함되지 못한 점 또한 이 책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늘날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의 집에서 태어나지도 죽지도 않는다. 부부도 영속적인 관계가 아니다. 이처럼 우리는 오랫동안 역사 속에서 지탱해온 인류학적인 토대가 붕괴되는 시점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지되는 요소들이 있다. 그것은 삶의 지속과 거처에 대한 관심, 비밀과 은밀함에 대한 욕망,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사춘기 청소년들의 갈망 등등이다. 이러한 인간의 영구불변한 바람이 존재하는 한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욕구도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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