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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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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명 모든 것을 본 남자
정가 ₩16,000
판매가 ₩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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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민음사
ISBN 9788937456251
출간일 202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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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19 부커상, 2019 골드스미스상 후보작!
2020 페미나상 수상 작가 데버라 리비 장편 소설

“이런 거야, 제니퍼 모로. 우리는 젊고 어리석고 경솔했지만,
그래도 난 한순간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이런 거야, 솔 애들러. 너는 너무 무심하고 다른 데에 가 있곤 해서,
나로서는 너에게 가닿은 유일한 길이 카메라를 통하는 것이었어.”

▶ “시간을 휘고, 공간을 건너뛰며 사랑, 진실 그리고 ‘보고 있는 것’의 힘을 이야기한다. 철저히 사로잡히고 마는 이야기.” - 선데이 텔레그래프
▶ “‘모든 것’은 그의 삶이자 우리의 삶이다. 그가 사랑했던, 그에게 좌절을 안긴 ‘모든 것’은 곧 상처 입은 한 인간의 부서진 기억에 비친 20세기 유럽의 역사이다.” - 가디언

데버라 리비는 영국 문단에서 앨리 스미스, 제이디 스미스만큼 차기작이 기대되는 작가이다. 여성의 자립적 삶과 글쓰기의 힘에 관한 그녀의 에세이 ‘생활 자서전 삼부작(Living Autobiography)’을 파이낸셜 타임즈는 “날카롭고 예리한 산문”으로 완성된 “강력하고 도발적인 회고록”으로 극찬했다. 삼부작 가운데 『알고 싶지 않은 것들』과 『살림 비용』은 국내에도 소설보다 먼저 소개되어, 일상을 지배하는 상투적 감정과 지리멸렬한 경험에서조차 놀라운 통찰을 증류하는 리비의 위트와 독특한 내러티브의 힘을 알렸다.

『핫 밀크(Hot Milk)』에 이어 국내 두 번째 소개되는 소설 『모든 것을 본 남자(The Man Who Saw Everything)』는 2019년 부커상과 골드스미스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다. [가디언]은 이 소설을 “기억(memory)과 지각(perception), 과거와 현재의 다공성 경계(porous boundaries)에 대한 눈부신 고찰”이라고 평했다. ≪뉴욕타임스 북리뷰≫는 “정체성, 욕망, 변화하는 현실의 본질에 대한 두려움 없는 탐험”이라는 찬사를 남겼다. 여러 차원의 내러티브가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와 의미의 층위에서 수수께끼처럼 펼쳐지는 『모든 것을 본 남자』는 무엇이 우리를 삶의 끝에서도 끝내 놓아주지 않는가, 라는 물음을 붙들고 기묘할 정도로 정확하게 기억과 시간의 본질을 파고들며, 현대 영국 문학을 이끄는 가장 매력적인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데버라 리비의 명성을 한층 공고히 하는 작품이다.

목차

모든 것을 본 남자 11

저자소개

데버라 리비 , 홍한별

출판사리뷰

■ 우리 젊음은 어떻게 됐어, 제니퍼?

1988년 9월, 스물여덟 살 가을, 런던의 애비 로드 앞에 서 있던 나(솔 애들러)는 자동차에 치여 가벼운 찰과상을 입는다. 사고를 내고 몹시 당황한 중년의 운전자 울프강은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는 나의 이름과 나이를 물어보는데, 스물여덟 살이라고 대답하는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어딘가 슬프다. 그는 나의 상태를 살피고 병원에 데려다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여자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그의 호의를 거절한다. 나는 사랑하는 제니퍼를 만나 그녀의 카메라 앞에 서야 한다. 하지만 예기치 않았던 자동차 사고를 당한 순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일들은 기묘하게 어긋나기 시작한다. 카메라에 담긴 나에게서 ‘숭고한 아름다움’을 본다고 말했던 제니퍼는 그날 나의 청혼을 받자마자 결별을 선언하고 떠난다. 나의 현재는 이미 한번 살았던 과거처럼 느껴지고, 나는 내 앞에 나타나는 사람들과 나에게 닥칠 미래를 보기 시작한다…….

작품의 출간 직후 《워터스톤즈(Waterstones)》와 가진 인터뷰에서 데버라 리비는 “『모든 것을 본 남자』는 30년 동안 길을 건너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소설은 주인공 솔 애들러가 1988년 런던의 애비 로드에서 길을 건너려던 순간 멈추지 않고 달려오는 자동차 때문에 넘어지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2016년 어느 날 그가 애비 로드를 건너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시작에서 끝으로 가는 동안 스물여덟 살 솔 애들러와 쉰여섯 살 솔 애들러의 내러티브가 교차되는데, 그 둘은 다른 공간 다른 시간 속에 병존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 공존하는 것 같기도 하다. 위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의 독특한 이야기 구조에 관한 질문에 리비는 “나는 『모든 것을 본 남자』에서 시간, 역사, 경험을 다루는 새로운 기법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과거는 항상 현재에 살아 있으며, 이것은 사실 우리 모두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새로움은 어떤 의도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그것을 요구할 때 탄생한다.”고 대답했다. 『모든 것을 본 남자』는 기억과 기억 속의 시간, 기억 속의 나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 ‘나는 누구였는가’를 묻는 이야기다. 뒤늦은 후회와 회고의 점철은 아니다. 기억하는 솔은 곧 기억 속의 솔이다. 어머니의 유품인 진주목걸이를 자기 몸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어린 솔, 열렬한 공산주의자인 동시에 완고한 가부장인 아버지의 신물 나는 간섭에 반항으로 날뛰는 솔, 서슬 퍼런 감시 속에서도 숨김없이 욕망을 드러낸 발터의 키스에 거침없이 응답하는 솔, 스탈린, 트로츠키, 마르크스, 브레히트, 빔 벤더스, 히틀러 유겐트와 에델바이스 해적단에 대해 열띤 이야기를 풀어내는 솔, 제니퍼의 때 이른 성공 앞에서 분노와 질투에 휩싸이는 솔, 아들이 죽어가는 날 낯선 여인과 충동적인 외도를 저지르는 솔, 치매 환자로 가득한 한밤의 병동에서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솔, 제니퍼의 은빛 머리를 부드럽게 빗겨주고 끌어안은 채 잠드는 솔, 그들 모두가 마지막으로 애비 로드를 건너가는 솔 안에 살아 있는 솔이다. 이것이 『모든 것을 본 남자』가 현재에 살아 있는 과거를,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삶을 재현하는 방식이다.

■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이 너무 많아, 제니퍼!

『모든 것을 본 남자』에는 주인공 솔이 경험하는 시간과 그것을 인식하는 방식 안에 수없이 많은 스포일러가 숨어 있다. 그것을 부주의하게 미리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이 작품의 줄거리 요약 대신 주요 구성 요소를 7개의 키워드로 정리해 본다.

#솔 애들러:

키가 크고 가느다란 몸, 어깨까지 기른 검은 머리카락, 파란색 아이섀도와 진주목걸이가 어울리는 바이섹슈얼. 영국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시대, 1960~70년대 영국을 대표한 아이콘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외모다. 여자친구 제니퍼가 ‘숭고한 아름다움’ 그 자체라는 찬사를 바칠 만큼 매력적인 솔은 케임브리지 대학 역사학과에서 동유럽 공산주의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다. 솔은 제니퍼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플랫메이트에게도 한눈을 판다. 논문 보완을 위한 자료 수집 목적으로 훔볼트 대학을 방문한 동베를린에서는 그에게 배정된 통역사이자 감시자인 발터를 사랑하게 되고, 그의 여동생 루나와도 하룻밤을 보낸다. 데버라 리비는 “솔이 감정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무심하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과도 진정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하며,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에게 마음을 빼앗기면서도 그에게 두려움을 느낀다. 그를 갖고 싶지만 그를 결코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언젠가 솔의 귓가에 울렸던 속삭임이 그의 부유를 가장 잘 나타낸 말일지 모른다.

“그가 아직 우리 곁에 있긴 하지만, 정말 우리 곁에 있었던 적이 있나?”(241쪽)

#애비 로드:

『모든 것을 본 남자』는 애비 로드에서 시작해서 애비 로드에서 끝난다. 소설에도 배경 음악(BGM)이 있다면, 이 작품의 배경 음악은 비틀즈의 「애비 로드」 앨범 이외의 것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페니 레인(Penny Lane)」. 솔이 제복을 입은 간호사의 뒷모습을 보며 「페니 레인」의 가사와 스물여덟 살의 애비 로드를 떠올리는 장면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들렌이나 콩브레 성당의 종탑처럼 쓰이기도 한다. 솔은 동독에서 만난 발터의 여동생 루나와 시골집에서 비틀즈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이 장면에 자유에의 열망, 짓눌린 삶에서 탈출하고 싶은 루나의(솔의) 열망이 강렬하게 표출되어 있다.

우리는 「애비 로드」 앨범 전체를 들었다. 루나는 「컴 투게더(Come Together)」를 두 번 틀고 「쉬 케임 인 스루 더 배스룸 윈도(She Came In Through the Bathroom Window)」를 세 번 틀었다. 우리는 같이 춤을 추고 바보 같지만 신나는 손동작을 만들어 내고 서로를 웃겼다. 링고의 드럼 비트에 맞춰 엉덩이를 비틀고 머리를 흔들었다. 나는 런던에 대한 향수가 솟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 그래.” 루나가 말했다. “나도 런던에 가 보고 싶어. 하지만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리버풀이야. 페니 레인을 내 눈으로 보고 싶어.” (125~126쪽)

#제니퍼 모로와 사진:

솔은 제니퍼의 뮤즈였다. 유화를 그리던 미술학도였다가 사진으로 전공을 바꾼 제니퍼는 솔의 아름다운 몸을 사랑하고, 그것을 집요하게 그녀의 카메라에 담았다. 제니퍼가 애비 로드를 건너는 솔의 사진을 찍는 장면을 쓰며 리비는 수전 손택의 에세이 『사진에 관하여(On Photography)』를 떠올렸다고 말했다.(“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또는 사물)의 죽음, 취약성, 가변성에 참여하는 것이다. (…) 모든 사진은 시간의 끊임없는 녹아내림을 증언한다.”) 솔을 사랑한 만큼, 자신에게 정착하지 못할 솔의 자유로운 영혼을 시기했던 제니퍼는 매몰차게 그를 떠나지만, 솔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과 가장 뼈저린 고통을 함께하는 동반자이다. 솔은 제니퍼를 통해 오랜 애착의 가치를 깨닫는다.

제니퍼는 갈대 사이에 엎어졌고 어떻게 해도 슬픔을 달랠 수가 없었다. 해 뜰 무렵 제니퍼는 미늘벽 판잣집 문에 기대어 울었다. 제니퍼가 그 문 뒤에 있는 무엇에 온 힘을 다 써 버렸다는 걸 알았다. 마당에 벚나무가 있었다. 바람이 불면 꽃잎이 분홍색 비처럼 온 우주에 쏟아졌다. (157쪽)

불의의 사고를 당한 솔의 병상을 끝까지 지키는 제니퍼가 그의 귓가에 속삭이는 말은 이 소설의 중요한 복선 중 하나다: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줄래? (33쪽)

#진주목걸이: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솔은 어머니의 진주목걸이를 걸고 그네를 탄다. 솔의 동생 매슈는 그에게 내려오라고 소리를 지르지만, 솔은 내려가지 않는다. 아버지가 마당으로 걸어나온다. 어깨가 구부정하고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손은 회반죽으로 덮여 있고 눈은 멍하다. 솔은 자신의 기괴한 아름다움을 수치로 생각하는 남자들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어머니가 없는 집으로 달려 들어가며 생각한다. ‘나는 그들과 같은 사람인가 아닌가?’ 리비는 솔의 “진주목걸이가 모든 종류의 이분법을 부수기 위해 이 작품 안에 있다.”고 말했다.

“나는 아버지가 나를 가족에서 축출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어.” 나는 담요 아래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아버지 앞에서 나는 늘 심판대에 올라 있었어.” 그 말에 대한 대답으로 발터는 내 진주목걸이를 가리켰다. “그건 어머니 거였나 봐?” “맞아.”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아버지에게 어머니 목걸이를 달라고 부탁했다고 이야기했다. 진주는 몸의 온기를 흡수해 몸의 일부가 된다. 나는 진주가 특정 성별에 속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전쟁에 나간다면 그때는 진주목걸이를 벗어야 하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세계 평화를 지지한다. (91~92쪽)

#발터 뮐러:

나(솔 애들러)는 1988년 9월 동베를린에 2주 동안 체류한다. 1930년대 파시즘의 부상과 그에 대한 문화적 반발을 주제로 한 논문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훔볼트 대학 도서관을 이용할 계획이다. 발터 뮐러는 동독 당국이 나에게 체류 허가와 함께 배정한 통역사다. 언어의 귀재 발터는 거의 모든 동유럽 언어를 구사한다. 나는 발터와 친밀해지기 위해 브레히트와 그의 베를리너 앙상블 이야기를 꺼내지만, 밭터는 시큰둥하다. “여기서 뭘 하든 좋지만, 우리나라에 대한 보고서를 쓸 때 모든 것이 잿빛이고 건물에 걸린 현란한 붉은 깃발 말고는 모든 게 무너져 내린다고 쓰지는 말아요.”라고 대꾸할 뿐이다. 내가 런던에서 무척 외롭게 자란 것처럼, 발터는 동베를린에서 무척 외롭게 지냈다. 나는 권위주의적인 아버지에게 억눌려 고통스러웠고 발터는 권위주의적인 조국에 억눌려 고통스러웠다. 나는 나를 보고 있는 발터의 눈을 본다. 그의 시선이 그의 욕망의 역사적 기록이라는 것을 감지한다.

나는 자유로웠던 적이 없다. 실제로 느끼는 것보다 더 다정한 척, 더 달아오른 척, 혹은 더 공격적인 척했고 어떤 친밀함에 가까워지는 것 같으면 뒤로 물러서서 몸의 대화를 끊었다. 그러나 발터와 함께 있을 때에는 내 몸이 자유로웠다. 우리가 역에서 만난 첫날 우리가 같이 보낸 시간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 날개가 부러졌다는 게 사실이었다. 나는 살아가는 일을, 살아가는 일에 수반하는 모든 것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몰랐다. 책임, 사랑. 죽음. 섹스. 외로움. 역사. 나는 발터가 내 눈물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걸 안 게 정말 컸다. (113쪽)

#루나

동베를린에 머무는 두 주 동안 나는 발터의 어머니와 여동생 카트린이 사는 집에 묵게 된다. 발터는 카트린을 ‘루나’라고 부른다. 나는 발터에게 카트린을 왜 ‘루나’라고 부르냐고 묻는다. “루나는 달의 여신이고 달은 빛의 근원이잖아요. 루나는 우리 어머니한테 빛의 근원이에요.”

오래지 않아 나는 루나가 루나틱(lunatic, 미치광이)의 줄임말이라는 것을 안다. 내가 처음 그녀를 만난 날, 루나는 앨런 긴즈버그의 시집 『하울(Howl)』을 읽고 있다. 나는 그녀가 부탁한 파인애플 통조림을 가져오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 대신 애비 로드 사진을 건넨다. 루나는 내가 청바지를 몇 벌 가지고 있는지에만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다. 결국 나는 리바이스 청바지를 루나에게 바친다. 시골집에서 루나의 함께 보냈던 밤에 그녀는 내가 그녀의 탈출을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리버풀에 가서 의대에 다닐 거라고 말한다. 루나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한 달 전, 목숨을 걸고 장벽을 넘어 탈출한다. 생명의 위협의 무릅쓰고 억압에서 탈출하려는 루나가 가 닿고자 했던 곳은 어디일까? 그녀가 발터에게 남기고 간 아들 카를 토마스는 나의 아이였을까? 루나는 내가(솔이) 가슴에 품었으나 단 한 번도 시도하지 못한 탈주의 구현처럼 등장하고, 사라진다. 병상에서 떠날 순간을 기다리며 나는 루나가 하고 싶었으나 할 수 없었던 일들을 떠올린다.

나는 울면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밖에 뭐가 더 있을까? 두려움 없이 사는 것. 아니, 그건 불가능하다. 덜 두려워하며 사는 것, 나는 루나에게 속삭였다. 더 많은 희망을 갖고 사는 것. 늘 희망 없이 살지 않는 것. 이 많은 눈물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 산다는 것이 충격이다. (163쪽)

#파인애플 통조림

『모든 것을 본 남자』에는 두 개의 시공간이 중첩되어 있다. 솔 애들러가 스물여덟 살이었던 1988년, 냉전시대 끄트머리의 유럽. 그리고 그가 쉰여섯 살이 된 2016년, 브렉시트 직후의 영국. 파인애플 통조림은 솔이 발터의 부탁을 받아 동베를린에 가져가기로 했던 선물이다. 발터의 어머니 우르줄라는 루나의 생일에 파인애플 케이크를 구워줄 생각이다. 우르줄라의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내 손을 잡고 말한다. “루나는 파인애플 한 조각만 먹을 수 있으면 우리 장벽이 일 미터 더 높아져도 괜찮대요.” 리비는 “레이먼드 챈들러가 ‘총’에 부여한 지위를 그 작은 통조림에 부여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읽어가는 동안 누구든 리비가 ‘파인애플’로 정의하고 싶었던 것, 그것의 모호한 경계와 의미를 찾아보게 될 것이다.

파인애플 통조림 대신 시체에서 나온 재를 내놓다니, 무례하고 모욕적인 행동이었다. 나는 어쩌다가 그런 소박한 선물을 부탁받고도 잊어버리고 만 걸까? 부끄러움으로 온몸이 붉어지는 게 느껴졌다. 마치 온몸이 불에 타는 것 같았고 그래서 내가 슈퍼마켓에 갔다가 파인애플 통조림을 안 사고 아파트로 돌아왔을 때 불이 난 일이 생각났다. (72쪽)

■ 옮긴이의 말_홍한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4년 전이다?는 솔 애들러에게 완전히 공감을 못 했다. 자기애가 강하고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좋아하기는 힘들었다. 형식과 아이디어가 뛰어난 소설이라고 생각했지만,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다. 출간을 준비하며 다섯 번째인가 여섯 번째, 다시 이 책을 읽었을 때, 뜻밖의 감정이 몰려와 당혹스러웠다. 교정지를 3분의1쯤 읽었을 때 시작된 울음이 그치지 않아 아예 휴지통을 옆에 두고 끝까지 읽었다. 책은 달라지지 않았을 테니 내가 달라진 거였다. 그 사이 4년이 흘렀고, 이제는 애비 로드에서 사진을 찍히던 스물여덟 살의 솔보다 병원에 누워 있는 쉰여섯 살의 솔이 더 많이 보였다. 젊은 시절의 나와 나이 든 내가 같은 사람이라는 걸 믿을 수 없고 나도 모르게 중요한 무언가를 너무나 많이 잃어버렸음을 뒤늦게 깨닫고 당황하는 사람이 나였다. 『모든 것을 본 남자』는 시간과 기억에 관한 소설이다.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두루마리를 반으로 접어 겹치듯이, 젊은 날의 솔과 죽음을 앞둔 솔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해지며 온전해진다. 아직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젊은이와 지난 잘못과 상실과 후회를 어쩔 줄 모르는 늙은이가 같은 몸 안에 있다. ‘조각난 남자’의 모습으로. 조각난 남자의 어느 면을 보느냐에 따라, 삶의 어떤 시기에 이 책을 읽느냐에 따라, 우리는 때로는 웃게 되고 때로는 울게 되고, 때로는 애비 로드 횡단보도의 흰 선을, 때로는 검은 선을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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