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림 그리는 시인 김주대
자유를 향한 붓으로 만들어낸 문인화 120점
‘그림 그리는 시인’ ‘페이스북 대표 문인화가’로 불리는 시인 김주대가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린 120점의 문인화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가로 300mm, 세로 360mm의 커다란 크기는 전시회장에서 생생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미술관에 서 있는 것 같은 감동을 안겨준다. 모든 책에 친필 사인과 넘버링을 넣어 700부 한정판으로 특별 제작되었다.
‘소박한 사람들의 위대한 사랑’을 주제로 삼았다.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풍경을 소재로 시와 그림의 농밀한 대화가 이어진다. 응축된 시적 언어는 짙은 먹과 몇 가지의 색, 넓은 여백을 활용한 간결한 그림으로 완성되어 내밀한 인간 본성을 자극하고 우리의 심연을 두드린다.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릴 때 일체의 권위와 가식, 규격과 질서에서 해방된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고 말하는 시인의 붓이 빚어낸 예술적 승화의 결정체다.
목차
음악을 꿈꾸는 붓 | 프롤로그
1. 진실은 초대하지 않아도 온다
꽃에게
목련꽃 지기 전에
꽃이 져도 오시라
낮달맞이꽃
지구에서
밥때
비비추
참나리
나비의 춤
잠자리
아르바이트생
사월
오는 법
코스모스
상사화
사건
유채꽃
목련이 온다
제비꽃
7월의 역사
주암정 선장
도라지꽃
수련
목련
2. 하늘빛이 물빛과 같아지는 시간
철원 고석정 꺽정바위
중년
소금이 온다
바위
갯바위
최고급 스테레오 시스템
거인이 오는 방식
인정 많은 것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계곡 물소리
폭포
갯바위
박과 열매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낮달
눈물
동사
올수리
하느님의 교회
바다의 아침
꽃상여
봄눈
등정
동강 왜가리
역광
2020년 봄
밀물
사냥 준비
고요한 강
도담 삼봉
인생
청령포 역사
생시도원도
죽도
김정숙·리설주 두 분의 대화를 상상함
다시 불러보다
어느 부부
3. 뒷모습이 하는 말을 엿듣다
노부부 외식 가다
동거인
목련 아래
모르는 어르신과
대화법
눈과 혀
귀가
폭염
빠마 염색값
그 미용실에 가지 마요
할머니의 나비
내가 시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귀
늙은 호박
진화론
낙엽
할부지 업고 다닐 만큼
완전한 여자
괴산 버스정류소에서
삼류 유명이 일류 무명에게
남자보다 봄
학자
고마 찍어
상주 동학 교주 김주희 선생의 손자 김정선 씨의 말씀
봄비
평화
화엄경
꼬추 잡고 소변 누이시던
참된 말
보무도 당당한 할매들
노부부의 언어
가장
여전사 정은경
토검찰격문
개미는 간다
말씀
4. 사랑은 밀려오는 시간을 견디는 것이다
부자 상봉
시간의 사건
식인 풍습
대숲이 있는 빈집 상상도
사하촌 카페
황금의 뒤
매미 허물
명명한 울음
가을
네발나비의 사랑법
대치
본척만척 함께 가기
새가 피는 자리
사랑과 전쟁
거울 앞에서
우리는 자연인
다시 봄
결속
잠자리의 잠자리
축하객
통일전망대
한반도
영혼의 형제들
저자소개
김주대
출판사리뷰
자유를 향한 시인의 붓
사랑과 희망의 문인화 120점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내다
일체의 권위로부터의 자유, 모든 가소로운 가식으로부터의 자유,
건방진 규격과 질서로부터의 자유, 그 진정한 자유가 나의 문인화다.
-김주대
김주대 문인화를 만든 ‘페이스북 친구들’
고독과 소외로부터의 탈출구
김주대 시인은 1991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얼굴을 내밀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주로 학원 강사로 활동하며 성공했고, 학원 사업에 실패하면서 다시 문학의 세계로 돌아왔다.
페이스북에 매일 하루 한 편씩 신작시를 올렸다. “쓰지 않으면 불안하고 슬퍼서 죽을 것만 같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를 보고 글과 그림을 한지 속에 나란히 넣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문인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문인화 속의 글이 기름이라면 그림은 불이다. 문인화는 기름과 불이 만나 이루는 폭발이다. 글과 그림이 만나 제3의 존재를 만들어낸다.”_김주대
김주대 시인의 문인화 스승은 ‘페이스북 친구들’이다. 붓·먹·종이의 종류도 모르던 시인은 SNS 친구들에게 문인화의 기본을 소개받으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만의 그림체와 캘리그라피까지 합쳐진 독자적인 문인화 세계를 구축했다.
시인에게 페이스북은 “작품 발표 기회가 적은 불우한 작가들에게 작품 발표의 장이면서 작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직거래장터” 같은 곳이다. 또한 “독자와의 살갑고 직접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자 고독과 소외로부터의 탈출구”다.
시인은 그 탈출구에서 숨을 쉰다. 그래서 그림에 자신의 목숨을 새겨 넣었다. ‘목숨 명(命)’ 자가 새겨진 작고 빨간 도장을 그림의 적재적소에 찍었다. 두인 또는 유인이라고 부르는 이 표시는 보통 글의 앞부분에 찍는 것인데, 김주대 시인은 그것을 그림의 일부처럼 활용한다. 의례적 활용을 거부하고 문인화의 구도를 완전하게 하기 위한 그만의 방법이다. 시인의 그림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그림을 감상할 때 ‘목숨 도장’을 찾아보는 일이 또 하나의 재미가 된다.
“팔월 땡볕 끓는 진흙이 연꽃을 밀어내듯, 더 참을 수 없을 때 진실을 초대하지 않아도 온다.”_「오는 법」, 45쪽.
“원양 나갔던 바다가 갯골을 따라 돌아오면 청둥오리 가족이 마중을 나간다. 바라는 사나이처럼 지고 온, 비늘이 싱싱한 짐을 방문 앞에 부려놓는다.”_「밀물」, 123쪽.
예술적 승화의 절정
작은 것들을 위한 시
김주대 시인의 문인화는 그의 고독하고 짙은 내면세계를 잘 드러낸다. 이 책의 제2장 「하늘빛과 물빛이 같아지는 시간」에서는 광활한 자연에 맞서 홀로 선 모습, 크게 몰아치다 사라지고 마는 부드러운 바다의 거품에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외로움이 느껴진다. 그의 문인화는 인생의 곡절을 성실히 견뎌낸 예술가의 삶 그 자체다.
그러나 어두운 그림에서도 숨길 수 없는 맑고 투명한 순수함이 느껴진다. 제1장 「진실은 초대하지 않아도 온다」와 제4장 「사랑은 밀려오는 시간을 견디는 것이다」에서는 꽃·새싹·동물·곤충 등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소박한 풍경에 주목한다. 꽃잎의 우아한 곡선, 곤충의 마디마디에서 세밀하고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두 사람이 나누는 평범한 대화 속에서 발견하는 따스함에 미소 짓게 된다. 작고 여린 것들의 소중함에서 느껴지는 고요한 행복이다. 깊은 상처가 예술로 승화되었고 그것이 독자에게는 공감과 위로로 가 닿는다.
“작고 여린 것, 권력을 가지지 않는 소박한 것들이 더 위대하다는 생각을 늘 한다. 진정 위대한 것은 가장 여리고 작은 데서 출발한다.”_김주대
특히 그간 주목받지 못한 독립운동가, 동학교도들의 자손, 쓸쓸한 노인의 뒷모습,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 남북 평화, 검찰 개혁과 코로나19 극복에 대한 소망을 드러낸 작품에서는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향한 김주대 시인의 날카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 태양계의 열에 구이처럼 꿰인 / 뜨거운 형제 / 숨구멍에 동일한 불이 / 들락거린다 / 사지를 뒤틀며 / 정신을 잃어가는 돌 / 끓는 대지를 빨아먹는 꽃 / 꿈속으로 도망간 고양이가 / 타는 그늘에 갇혀 녹는다 / 어깨 근육을 태워 투명해진 잠자리가 / 바닥을 짚고 불을 숨 쉰다 / 온몸에 태양을 묻히고 / 눈감는 매캐한 살코기들 / 익은 나무와 흙과 물들 / 영혼도 곧 익어버릴 테지만 / 태양 아래 모든 존재는 / 같은 열을 호흡하며 같은 열에 꿰여 구워지다가 / 제 육신을 탈출하는 영혼의 형제들”_「영혼의 형제들」, 264쪽.
사람 냄새 가득한 삶의 현장
처음도 끝도 오직 사랑
김주대 시인의 문인화는 머리와 가슴으로만 만들어지지 않았다. 부지런히 손과 발을 움직인 결과다. 평소 하루 8시간 정도 작업하고, 영감을 얻기 위해 취재여행을 자주 떠난다. 유명 관광지보다는 이름나지 않았지만 사람 냄새 가득한 시골장터, 어업이나 상업이 이루어지는 삶의 현장을 주로 찾는다.
내가 숨 쉬는 곳도 꿈꾸는 곳도 현실이라는 마당이다. 정치·경제·문화 등의 현실에서 날마다 일어나는 사건과 함께 나는 지금도 자라고 있다._김주대
특히 제3장 「뒷모습이 하는 말을 엿듣다」에서는 길 위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할머니의 굽은 등과 깊게 패인 주름에서 작가가 지닌 할머니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을 알 수 있다. 모르는 사람과 넉살 좋게 나눈 대화나 엿들은 대화를 그대로 글로 옮기기도 했다. 고단한 인생을 살아낸 그분들의 삶이 그리고 우리의 삶이 오롯이 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주대 시인의 문인화는 무엇이든 아름답게 미화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직 있는 그대로 ‘사람 사는 이야기’, 그 안에 담긴 ‘사랑’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