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미국의 헬렌 켈러가 일본을 방문했다. 시청각 중복 장애자인 헬렌 켈러는 현대판 성녀로 일본 사회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는데 환영식 행사가 한창일 때 대합실에 놓아둔 그녀의 지갑을 누군가 훔쳐간 사건이 일어났다. ‘성녀에 대든 자, 현금과 주소록을 훔쳐’ ‘도둑이여 부끄러워하라’. 삼중고(三重苦)의 성녀가 당한 재난에 대한 신문 기사 제목에는 일본인의 당혹감과 분노가 들끓었다. 그리고 전국에서 헬렌 켈러에게 돈과 함께 ‘일본을 이런 나라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사죄를 호소하는 편지가 쇄도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 루거오차오 사건 조작으로 중일전쟁이 발발했고 그해 연말부터 이듬해 연초에 걸쳐 난징에서는 ‘인간 상상력의 한계를 초월하는’ 난징 대학살이 벌어진다. 헬렌 켈러의 일본 방문을 기뻐하고 그녀의 강연에 진심으로 감동한 다수의 사람들과 중국 각지에서 제멋대로 사람들을 죽이고, 강간하고, 약탈하고, 방화한 일본 장병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을까. 지킬과 하이드처럼 돌연 인격 변화를 일으킨 것인가. 헨미 요의 <1★9★3★7>은 난징 학살이라는 인류사의 대참극을 중심으로 이제껏 그 어느 누구도 다루지 않았던 방식으로 일본의 근원적 심성에 대해 통절하게 성찰하고 고발한다. 일본을 이런 나라라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일본인들은 지갑을 도난당한 헬렌 켈러한테 호소했다. 이 책의 작가 헨미 요는 묻는다. ‘그렇다면 일본은 도대체 어떤 나라란 말인가.’
목차
과거 속의 미래
-문고판 ‘서문’을 대신하여
서장
지금 기억의 ‘무덤 파헤치기’에 대하여
1 ‘의미 후 세계’/ 2 짓눌린 ‘쥐’/ 3 무덤 파헤치기와 미루어 헤아리기/ 4 왜 ‘1★9★3★7’인가/ 5 자애와 수성의 포옹
제6장
마오쩌둥과 미시마 유키오와 아버지와 나
1 1963년/ 2 ‘부질없는 정열’/ 3 도쿄 올림픽과 천황/ 4 일본의 불수의근과 자율신경/ 5 ‘무구’인가 ‘무치’인가/ 6 미시마 유키오의 흥분/ 7 “어떤 것도 해롭지 않게 됐다”/ 8 하늘에 내걸린 머리/ 9 머리와 모란/ 10 ‘리하이’의 마력/ 11 누가 가장 리하이했나?/ 12 “황군은 우리의 훌륭한 교사”/ 13 거대한 허무주의?/ 14 대살육 때 마오쩌둥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15 ‘무법무천’
제7장
파시스트와 ‘눈꺼풀’
1 몰라서는 안 되는 것/ 2 몰라도 되는 것/ 3 불문과 자명/ 4 ‘너무 많아서 헤아릴 수 없다’/ 5 당신은 중국에서 무슨 짓을 했는가?/ 6 ‘끝임없이 묻는’ 고통/ 7 시토츠와 쭝꼬삥/ 8 “참을 수 없어’/ 9 찔러, 빼, 찔러, 빼!/ 10 살인의 ‘달성감’/ 11 전혀 인간으로 여기지 않게 된다/ 12 대위님, 한 잔 올리겠습니다/ 13 기억은 무기억이 되고 싶어 한다/ 14 그때 거기에 없었던 자/ 15 손을 흔드는 남자들/ 16 기억과 잘못된 상기/ 17 사실-무한의 다층경면/ 18 기억의 범람/ 19 그림자/ 20 황금 박쥐/ 21 ”아, 나는 분하게도 다친 몸“/ 22 군가적 고층/ 23 일본이라는 병/ 24 파시스트와 ‘지방 눈꺼풀’/ 25 실내화 배지/ 26 ‘인간의 기본적 권리’/ 27 분노와 경멸/ 28 무신경한 검은 구덩이/ 29 ‘화석이 되어라, 추한 해골!’
제8장
과거 속의 미래
1 역사적 시간과 소실, 애석/ 2‘ 인류의 거대한 한’/ 3 ‘엄중한 사실’/ 4 특고와 게슈타포/ 5 자발적인 전체주의적 자각/ 6 무상관의 정치화/ 7 ‘팔굉일우적 필연성’/ 8 ‘무장하는 천황제’와 고바야시 타키지/ 9 마루야마 마사오의 경우/ 10 전후의 ‘도덕 퇴폐’ 제1호/ 11 학살 관계자를 천황이 영전/ 12 전향 및 국가 권력의 승리
제9장
이 놀라운 사태는 무엇을?
1 전쟁은 어쩌면 하기 쉬운 일/ 2 이 놀라운 사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3 무의식적 낙장/ 4 기분 나쁜 이노센스/ 5 아버지와 고문/ 6 ‘츠츠 레로레로 츠-레-로’/ 7 ‘새까만 웃음 피 토하듯 뿜어내고’/ 8 어둠의 불수의근/ 9 ‘모두 남을 위하는 체하면서 자기 실속을 차림’/ 10 “괜찮아 괜찮아”/ 11 기품 있는 어른과 악동/ 12 아버지와 ‘그들의 만행’/ 13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14‘ 끝나지 않은’ 난징 대학살/ 15 “나라는 지금 중대한 전쟁을 하고 있다”/ 16 ‘무사히 나라를 위해 봉사 중’/ 17 천연덕스러운 사람들
종장
미래에 과거가 올 것이다
1 개개인의 사정/ 2 용서 없이 즉결 처분/ 3 금줄과 시데(四手)를 감은 팔루스/ 4 얼굴·폭력·배리/ 5 ‘개전 책임’과 ‘패전 책임’/ 6 엎드려 사죄를 시키지 않고 엎드려 사죄하는 것/ 7 왠지 모르게 질질…/ 8 검은 시체와 붉은 시체
후기
증보판 후기
가도카와 문고판 후기
해설, 하나의 응답-루쉰을 보조선으로 해서 -서경식
〈1★9★3★7〉에 관한 중일 관련사 연표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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